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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2. 광주일보]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과 공공성-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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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균관대분회 작성일22-11-22 14:52 조회2,6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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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과 공공성-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광주일보 2022년 11월 22일(화) 01:00
지금 대학가에서는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 도입이 최대의 화두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격차 및 학문 생태계 붕괴 등의 문제들이 쇄도해 오는 지금, 고등교육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대학들은 후진적 고등교육 현장을 개선할 수 있도록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확보하는 법률을 제정하여,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다해 달라고 호소하는 중이다.
2020년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액 15조 원은 국내 총생산(GDP) 규모 대비 0.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에 한참 미달한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1287달러로, OECD 평균인 1만 7559달러에 비해 턱없이 적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에 오른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재정 수준은 여전히 세계 30위에 불과하다. 역대 정부를 거쳐오면서 개선되지 못한 문제를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데, 역대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도 이 문제의 해결에는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가 세계 30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국가가 고등교육 예산을 민간에게 의지하고, 교육비 부담을 가장 약한 경제 단위인 개인과 가정에게 떠넘겨 왔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지표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예산은 정치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고등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딱 세계 30위만큼만 있었던 것이다. 유치원·초중등 학교에서 국·공·사립 구별 없이 공교육 기관에 동등하게 예산을 지원하는 만큼 대학도 공교육 기관이라면 국립대와 사립대의 구별 없이 동등한 예산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해방 후 가난한 나라가 사립대학에 고등교육의 절반 이상을 떠맡겼던 관성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산업 인력 양성이라는 관점으로 대학에 특정 산업 분야 학과를 대규모로 신설하고 싶어 한다. 정부 관심사를 실현할 예산이 필요할 터인데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지원하는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을 전용하여 예산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당분간 고등교육 예산이 증가하는 착시 현상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국가 교육 예산을 전반적으로 확대하지 않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려 하니 당장 이익 당사자 간의 갈등만 조장되는 꼴이다. 특정 산업 분야의 교수진을 그렇게 급조할 수 있는지도 의문스러우며, 특정 분야에 특화된 대학 졸업자들이 과도하게 배출될 경우 발생할 문제는 또 어찌할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고등교육의 후진성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 새로운 문제만 누적될 것이다.
‘고등교육 재정교부금’은 고등교육의 후진성을 개선하는 좀 더 근본적 접근법이다. 17대 국회에서 20대 국회까지 회기 만료로 폐기되긴 하였지만 꾸준히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이 발의된 바 있었고, 현 21대 국회에서도 다시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는 것을 보면, 고등교육의 국가 책무에 대해 정치인들이 아주 무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20년을 끌어오면서도 이 법을 통과시킬 만큼의 분위기를 만들지는 못했다. 국민 여론은 여전히 고등교육 투자에 냉담하기 때문이다. 예산이 정치의 모든 걸 말해주지만, 그 정치는 유권자의 여론에 좌우된다.
교육은 공동체의 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다. 고등교육은 고등교육을 받은 시민을 양성하는 일이어야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학은 교육의 성취를 사유화하는 엘리트만을 양산해 왔다.
당초 국가의 재정 지원이 미흡한 조건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엘리트들은 집안의 희생을 딛고 일어서거나 자기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했으므로 고등교육의 성취를 공동체에 돌려줘야 한다는 어떠한 부채감도 발생할 요인이 없었다. 각자의 서러운 고생을 보상받기 위해 그들은 졸업 후 사회 곳곳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해 왔다. 성취를 사유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대학이 이제 어려워졌다고 새삼 불쌍하게 여길 국민은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벌써 고등교육의 약한 고리들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대학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반성의 열쇠 말은 고등교육 공공성이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하는 고등교육이 이제 맨땅에서 싹을 틔운다는 희망이 있어야 국민들이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런 뒤에야 정부는 세계 30위의 교육 지원 예산이 부끄러운 일인 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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