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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0.03.29. "75분 강의, 4시간 촬영···온라인 강의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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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균관대분회 작성일20-03-29 20:54 조회5,1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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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000484 

 

 

75분 강의, 4시간 촬영···온라인 강의가 힘들다

 

코로나19 확산세에 1학기 개강을 미루던 대학들이 결국 온라인 강의로 돌아섰다. 온라인 강의는 대체로 지난 3월 16일 시작해 2주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감염병 확산세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연장됐다. 대학별로 4월 초·중순(서울대·고려대·연세대·중앙대 등 다수), 또는 안정화될 때까지 무기한(성균관대·한국과학기술원 등), 1학기 내내(울산과학기술원) 등 온라인 강의가 이뤄지는 기간은 제각각이다.


대학들이 이전부터 일부 과목에서 온라인 강의를 도입했지만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막지는 못했다. 초기에 동시 접속자가 늘면서 학교 서버가 다운된 곳도 있고, 유튜브 라이브를 활용한 온라인 수업에 외부인이 몰려들어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수 개인이 카톡방에서 주고받은 음란물이 실수로 강의 영상에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쌍방향 소통 어려워 답답

대학 온라인 강의는 학교 측이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거나, 강사 개인이 ‘에버랙’ 같은 강의 촬영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다. ‘줌’ 같은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수업도 가능하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휴대폰으로 강의 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교수와 강사들은 대체로 개인 촬영을 택해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실시간 강의를 하거나 녹화 강의를 만든다. 스튜디오 촬영의 경우 대학별로 차이가 있으나 코로나로 이용자가 몰리면서 대기시간이 길고 스크립트도 짜야 해 원래 강의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실시간 강의가 아닌 이상 편집에 드는 시간이 추가되는 것은 개인 촬영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정이 어려워서 촬영 중간에 설명이 틀리면 다시 지우고 처음부터 시작하는데 75분짜리 강의를 위해 4시간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강의의 경우 줌 등에 강의실을 개설하면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가 나오고, 이를 학생들에게 문자로 보내면 학생들이 시간에 맞춰 접속해 들어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학생수가 적은 대학원 수업은 실시간이 더 편하고 50명 이상이 되는 큰 강의는 얼굴을 다 띄우고 하기 어려워 녹화해서 올린다”며 “어떻게 하든 영상으로 기록이 남기 때문에 농담을 하기도 부담이 되고 평소처럼 학생들을 지적해 물어볼 수도 없어서 아무래도 좀 더 빡빡하다”고 말했다.

녹화 강의의 경우 출석이 인정되는 시간대를 정해놓는다. 대개 이틀 정도인데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퀴즈는 강의 종료 후 15분 이내에 풀게 하고 그 이상이 지나면 자동 종료된다. 수업을 듣는 시간을 비롯해 수강 관련 기록이 모두 남기 때문에 학생과 교수가 모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학생들이 어떤 문제를 푸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를 알 수 있는 건 하나의 좋은 정보가 된다”며 “남의 걸 베껴서 냈는지, 직접 했는지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보통 3시간 강의면 중간 휴식시간을 빼고 실제 2시간 40분 동안 강의를 하는데 온라인 강의는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이 없어 진도가 그보다 더 빠르게 나가 학생들이 난감해한다”며 “오프라인에선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설명을 되풀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강사들은 초반에 실시간으로 강의를 하다가 녹화 방식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강의 환경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전현진씨(23)는 “수업 중간에 일부 학생들의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 ‘교수님 말씀이 안 들린다’는 글이 채팅창에 뜨면 교수님이 이전 설명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엔 대부분 실시간 강의를 했는데 이젠 교수님들이 녹화본을 많이 올린다”고 말했다. 전씨는 “강의의 시·공간 제약이 없어지고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을 반복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아무래도 마이크로 말하는 게 어색해서 질문을 잘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실험·실습·실기 수업의 경우 온라인 강의 자체가 어렵다. 1학기 온라인 강의를 결정한 울산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실험·실습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조교와 교수가 실험 장면을 직접 촬영하거나 해외의 좋은 실험 영상을 확보해 학생들과 공유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를 함께 찾아보거나 결괏값을 찾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드시 현장에서 할 수밖에 없는 과목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드웨어’ 지원, ‘추가 노동’ 보상 시급

온라인 강의로 인한 혼란은 교수와 강사가 온라인 강의에 익숙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위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교수·강사들은 온라인 강의 하드웨어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1~2년 된 최신 노트북이 아니면 중간에 끊기는 경우도 있고, 녹화하는 도중에 영상을 날리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노트북 성능과 카메라, 마이크 성능이 강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사비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김진균 한국 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성균관대 국문학과)은 학내 구성원의 동의 없이 결정되고, 기초적인 시스템 활용법도 ‘교수·강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진균 부위원장은 “여름방학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강을 미룰 수 있는 한 최대한 미뤄야 하는데 너무 빨리 인터넷 강의를 선택했다”면서 “대학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온라인 강의를 너무 쉽게 도입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트북 등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배려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김 부위원장은 “모든 학생이 안정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개인 공간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면서 “물리적 거리 두기가 목적인데도 이 문제 때문에 PC방이나 카페에 가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교수·강사들이 호소했던 ‘추가 노동’에 대한 보상 문제도 남는다. 김 부위원장은 “청각 장애인을 위해 유튜브 자막 기능을 활용하라고 하는데, 막상 하면 엉망이라 학생들이 볼 만한 수준으로 편집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단 한 명도 배제되지 않는 수업을 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상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자들끼리 이번 학기에 학교에 못 가고 집에만 있으니 논문 생산량이 많을 거라고 했는데, 오히려 인터넷 강의 준비로 시간을 쓰는 바람에 논문을 쓰거나 연구자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특히 학교 내 연구실이 있는 전임강사와 달리 일반 강사는 인터넷 강의를 위한 인프라 활용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가 제대로 되려면 대학과 교육 당국의 지원이 두껍고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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