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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강사법’ 핑계로 해고한 전통예술 명인 또 있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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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균관대분회 작성일19-12-19 14:18 조회4,1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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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신굿 전수자 극단 선택 이후

양주별산대놀이 전수자 석종관씨
“강사법 ‘65살 퇴직’ 이유 대며 해촉
19년 동안 학생들 가르쳐왔는데…”

고등교육법상 ‘각종학교’인데도
강사법 핑계 임용 문턱 높여
대졸·정년 등 내세워 사실상 해고
교육부 “한예종 적용 이해 어렵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때문에 더는 강의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학교를 떠난 전통예술인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엔 한예종에서 20년간 후학을 양성하다 2학기부터 강의를 맡지 못한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보유자 전 단계) 김정희(58)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이 아니라 ‘각종학교’인 한예종이 국립대학 수준으로 강사법을 적용하겠다며 무리한 기준을 만들어, 높은 예술적 경지에 이른 전통예술인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기회를 박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2호인 양주별산대놀이 전수교육조교 석종관(67)씨는 17일 <한겨레>에 “1학기 마칠 무렵 조교가 전화해 ‘강사법 때문에 나이 제한에 걸려서 선생님께서 이제 강의를 맡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석씨는 숨진 김씨와 마찬가지로 한예종 전통예술원 연희과에서 시간강사 신분으로 19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학교는 통화 며칠 뒤 해촉 통지서 한장을 보냈다. 석씨는 “한달 강의 수입이 세후 80만원 정도였고 방학 때는 그마저도 없었다. 그래도 자신감과 열의를 가지고 19년을 일했는데, 덜렁 종이 한장으로 관두라고 했다. 퇴직금도 당연히 없었다”고 토로했다. 석씨는 “60대에 이르러서 기술이 농익었는데, 이를 학생들한테 펼쳐 보이지 못해 아쉽고 학생들한테도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석씨가 해촉된 근거는 올해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한예종이 만든 자체 ‘강사임용규정’ 제27조로, ‘학기 중 만 65살이 된 경우에는 그날로부터 당연히 퇴직한다’고 되어 있다. 이전까지 적용해온 이 학교 ‘시간강사에 관한 규정’에는 나이 제한이 없었다. 강사법이나 강사법 시행령에도 정년 규정은 없다.

 

다만, 교육부는 ‘대학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 등으로 국립대학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정년을 만 65살로, 사립대학은 대학 정관 등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대학과 달리 유연한 교원 임용이 가능한데다, 예술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한예종이 굳이 일반대학처럼 만 65살로 강사의 정년을 정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한예종뿐 아니라 사립대학들도 자율에 맡겼더니 강사의 정년을 대부분 만 65살로 정했다. 교수는 65살이 지나도 명예교수로 위촉되곤 하지만 강사는 그런 길조차 없는데, 얼마든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학교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사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강사법에 대학들이 합의해놓고도 이 법을 핑계로 강사를 해고하는 등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악용한다는 것이다.

 
한예종은 숨진 김씨에겐 이 자체 강사임용규정마저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엔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이 없어도 ‘해당 분야의 권위자로서 교육 및 연구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강사로 임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한예종은 지난 6월11일 1차 공채 공고를 내면서 전문대학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으로 지원자격을 한정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동해안별신굿을 전승받은 김씨는 자격 조건에 미달했다. 동해안별신굿 관계자는 “공고 기간에 김씨가 학교 쪽에서 학력 조건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전달받고 지원 자체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한예종 관계자는 “강사법 관련 교내 티에프(TF) 논의 결과, 처음으로 하는 강사 공채이니만큼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학력 제한을 두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예종의 특성상 김씨 말고도 각 분야 권위자 수십명이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강사 채용에 지원하지 못했다. 결국 한예종은 학력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 조건을 바꿔서 8월1일 재공고를 냈다. 김씨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가 가르치던 무속연희실기, 무가실습 과목은 1차 공고 때 이미 다른 사람이 지원해 최종합격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예종은 ‘각종학교’로서 자율적인 교원 임용이 이미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상태다. 대졸 여부나 정년 등 교육과정과 무관한 내용을 강사법 때문이라며 제도에 반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한예종 쪽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강사법을 적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을 뿐”이라고 했다. 사단법인 한국민족춤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책상머리에 앉아서 펜대를 휘두르는 자들이, 예술인들 위에서 군림하는 자들이 이번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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