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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이 아니라 대학이 비정규교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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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균관대분회 작성일19-12-16 16:52 조회2,5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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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이 아니라 대학이 비정규교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ㅡ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지난 13일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김정희(58) 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고인은 전통예술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겸임교수의 신분으로 2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왔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8월 대학 측이 “석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강사를 다시 뽑겠다.”며 해고하였다고 한다.

 

  고인의 비극은 대학의 모든 비정규교수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다. 비정규교수는 늘 파리 목숨이었다. 비정규교수는 대학이 필요 없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강사법이다. 우리 노조는 강사를 포함한 모든 비정규교수에게 교원이란 법적 지위를 부여할 것을 주장했지만 대학의 결사적인 반대에 막혀 강사들에게만 교원의 지위가 부여되었다. 그렇지만 강사가 아닌 다른 비정규교수, 즉 겸임교수와 초빙교수의 경우 비록 법적 지위는 없더라도 그 자격조건과 사용 사유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하였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겸임교수는 조교수 이상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로서, 교수 및 연구내용이 원소속기관의 직무내용과 유사하고 순수 학술이론 과목이 아닌 실무·실험·실기 등 산업체 등의 현장 실무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하여 임용된다. 초빙교수는 조교수 이상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 또는 이에 준하는 해당 분야 경력을 보유한 자로서 특수한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하여 임용된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고인은 한예종에서 이전처럼 겸임교수로서 또는 초빙교수로서 강의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강사 신분으로 강의를 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강사법 어디에도 고인과 같은 전통예술 종사자를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한예종은 고인을 해고했다. 강사법을 모르고 해고했을까? 그럴 리가? 한예종의 강사 관련 임용규정을 보면 한예종은 고인을 계속 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고인이 해고된 사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예종은 고인을 해고하고 싶어했다는 것이고, 고인은 그렇게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한예종은 해고의 진정한 사유를 숨긴 채 마치 강사법 때문에 해고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한예종이 설령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언론은 사실을 확인했어야 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들이 고인의 죽음을 강사법의 책임인양 무책임하게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이 사회의 갈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보도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언론은 이 일을 게을리함으로써 사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다.

 

  고인이 겪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는 당장 비전임교수들에게 법적인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여 대학이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비전임교수들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해고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언론은 강사법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여 진실된 보도를 하여 대학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단초를 마련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대학의 자의적인 필요에 의해 해고된, 비정규교수제도의 피해자인 고인의 명목을 빈다.

 

2019년 12월 16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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